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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중심부 필수 코스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판테온)

by sunflower-82 2025. 8. 13.

이탈리아 로마의 중심부에는 고대와 르네상스, 바로크가 시간의 층을 이루듯 중첩된 세 개의 상징적 건축물이 있다.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그리고 판테온은 서로 다른 시대와 목적에서 태어났으나, 오늘날 여행자에게는 ‘로마를 이해하는 세 개의 창’으로 기능한다. 본 글에서는 역사적 맥락, 건축적 특징, 그리고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감각적 요소를 중심으로 세 명소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콜로세옴,트레비분수

콜로세움 ㅡ로마 제국의 힘과 정치의 무대

콜로세움(Colosseum)은 기원후 80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와 티투스 황제의 치세에 걸쳐 완공된 거대한 원형 경기장으로, 최대 5만 명 이상을 수용한 인류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고대 건축물 중 하나이다. 로마인에게 콜로세움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라, 황제가 민심을 얻고 권력을 공고히 하는 정치적 장치였다. 검투사들의 전투, 맹수 사냥, 심지어 인공 수로를 이용한 모의 해전까지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건축적으로 콜로세움은 석재, 콘크리트, 벽돌이 조화된 다층 아치 구조를 채택하여 강도와 미학을 동시에 확보했다. 아치형 개구부는 원형 경기장의 외관에 리듬감을 부여하며, 동시에 관객의 이동 동선을 효율적으로 분산시켰다. 내부에는 복잡한 통로망과 수직 승강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무대 연출이 가능했다.

여행자가 콜로세움을 찾는다면, 오전 개장 직후를 추천한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에 서쪽 관람석에서 아침 햇살이 경기장 중앙을 비추는 광경을 바라보면, 고대 시민들의 환호성이 상상 속에 되살아난다. 가급적 현장 해설 투어나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각 층의 용도, 지하 무대 장치, 좌석 배치의 사회적 의미를 듣는 것이 좋다. 또한 콜로세움은 인근 로마 포룸, 팔라티노 언덕과 역사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3곳을 묶어 하루 일정으로 계획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콜로세움은 시간이 흘러 폐허가 되었으나, 중세 이후에는 성곽·주택·공방 등으로 재활용되며 로마인의 생활 속에 살아남았다.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콜로세움은, 제국의 영광과 몰락,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오락이 어떻게 교차했는지를 증언하는 거대한 역사서와 같다.

트레비 분수 — 바로크 예술과 도시의 로망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는 로마의 수많은 분수 가운데서도 규모와 예술적 완성도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18세기 중엽, 니콜라 살비가 설계하고 주세페 판니니가 완성한 이 분수는 바로크 예술의 절정기 양식을 충실히 반영한다. 중앙에는 바다의 신 오케아누스(Oceanus)가 전차를 몰고 있으며, 주변에는 풍요와 건강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동세감 넘치게 배치되어 있다. 흰색 트라버틴 석재의 질감과 물의 푸른빛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어 시각적 쾌감을 제공한다.

트레비 분수의 또 다른 매력은 로마 수로 역사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분수의 물은 고대 아쿠아 비르고(Aqua Virgo) 수로에서 공급되며, 이는 기원전 19년 아그리파에 의해 건설된 이후 2천 년 가까이 기능을 이어오고 있다. 즉, 트레비 분수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로마의 생명줄이었던 수로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여행자에게 트레비 분수는 로망과 소망의 장소이기도 하다.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의 시선에서 보면, 이 ‘동전 의식’은 관광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사회적 퍼포먼스이며, 모인 동전은 실제로 자선 사업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현대 도시의 사회공헌 구조와 맞닿아 있다.

트레비 분수의 관람 팁은 두 가지다. 첫째, 이른 아침이나 심야 시간에 방문하면 조용히 조각의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다. 낮 시간에는 인파가 몰려 전경을 촬영하기 어렵다. 둘째, 날씨에 따라 빛의 반사가 조각 표면에 다르게 나타나므로, 맑은 날과 흐린 날 각각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좋다. 분수 앞에 서서 물소리를 들으며 주변 건물의 파사드와 어우러진 장면을 바라보면, 로마가 ‘물의 도시’라는 사실이 실감 난다.

판테온 — 고대 건축의 완벽한 비례와 신비

판테온(Pantheon)은 기원전 27년 아그리파가 처음 건립하였으나, 현재의 구조는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기인 기원후 118~125년에 재건된 것이다. ‘모든 신을 위한 신전’이라는 뜻의 판테온은 로마 건축 기술과 수학적 비례미의 정점에 서 있다. 외관은 코린트식 기둥 16개가 받치는 주랑 현관이 위엄을 자아내며, 내부는 지름과 높이가 약 43.3m로 동일한 완벽한 반구형 돔이 핵심이다. 돔 중앙의 원형 개구부 오큘루스(Oculus)는 자연광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창으로, 하루와 계절에 따라 빛의 각도가 변하며 내부 공간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판테온의 돔은 철근 없이 로마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완성되었으며, 상부로 갈수록 가벼운 부석을 혼합해 하중을 줄이는 과학적 설계가 적용되었다. 이 구조적 혁신은 1,9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건재하며, 르네상스와 근대 건축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미켈란젤로는 판테온을 보고 “인간이 아닌 천사의 설계”라 평했다. 판테온은 시대에 따라 용도가 변화하였다. 7세기에는 기독교 성당으로 전환되어 ‘성 마리아와 순교자들의 성당’으로 불리게 되었고, 르네상스 시기에는 라파엘로를 비롯한 예술가와 왕족의 안식처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층위는 판테온 내부의 묘비와 장식, 벽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여행자가 판테온을 방문할 때는 오큘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중심으로 공간을 관찰해 보길 권한다. 정오 무렵, 빛줄기가 돔 내부를 가로지르며 바닥에 원형의 빛무늬를 만든다. 이는 건물의 기하학적 완벽성과 자연 현상이 맞물린 순간으로, 다른 건축물에서는 보기 힘든 경험이다. 판테온 앞 광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건물의 외관과 사람들의 움직임을 함께 바라보면, 이 신전이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 로마 시민의 생활 속에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로마 중심부의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판테온은 각각 고대 제국의 권력, 바로크 예술의 화려함, 그리고 건축 기술의 완벽성을 대표한다. 이 세 장소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로마라는 도시를 표면이 아닌 뿌리에서부터 체험하는 일이다. 다음 로마 여행에서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체험과 관찰을 통해 각 장소가 지닌 시간과 의미를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